풍석 서유구_고구마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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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2.2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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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다 -서유구-
흉년엔 고구마를 심어라
“와, 서유구 할아버지에 대한 책이 이렇게나 많아요? 이런 조그만 시골 도서관에 이 정도라면 서울 큰 도서관에는 더 많겠네요, 아버지?”
준이는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빌려온 한 아름의 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는 비교적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하고 맞장구를 쳤다. 평소 달성 서 씨 가문 자랑을 밥 먹듯이 해오던 아버지로서는 이번에 아주 못을 박을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런데 내가 볼 책은 하나도 없네, 뭘. 다 어른들 책 아니야. 만화나 동화책 같은 것은 없어요, 아빠?”
“미안하다. 아직은 없더구나. 차츰 그런 책도 나오겠지.”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빌려온 책은 모두 다섯 권이었다. 두 권은 한문이 많이 섞인 어려운 책이었지만, 나머지 세 권은 사진과 그림이 곁들여진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이었다. 그 중 한 권을 집어든 준이는 어, 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책 제목이 ‘요리하는 조선 사대부 서유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서유구 할아버지 직업이 요리사였어요, 아빠?”
“허허. 요리도 하셨고 요리책도 지으셨고 그러셨지.”
준이는 재미있다는 듯 또 옆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서유구 선생의 생명 밥상’이었다. 준이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재미있는 할아버지셨네. 그럼 서유구 할아버지 피를 물려받고 태어난 아빠는 왜 요리를 못해요?”
그러자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서 책을 빌려왔잖아. 이제부터라도 좀 배워보려고.”
그때 준이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새어나왔다.
“와, 할아버지 얼굴이 고구마 닮았다! 길쭉한 고구마처럼 생겼어. 그래서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나? 하하하. 재미있네.”
준이는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빌려온 한 아름의 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는 비교적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하고 맞장구를 쳤다. 평소 달성 서 씨 가문 자랑을 밥 먹듯이 해오던 아버지로서는 이번에 아주 못을 박을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런데 내가 볼 책은 하나도 없네, 뭘. 다 어른들 책 아니야. 만화나 동화책 같은 것은 없어요, 아빠?”
“미안하다. 아직은 없더구나. 차츰 그런 책도 나오겠지.”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빌려온 책은 모두 다섯 권이었다. 두 권은 한문이 많이 섞인 어려운 책이었지만, 나머지 세 권은 사진과 그림이 곁들여진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이었다. 그 중 한 권을 집어든 준이는 어, 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책 제목이 ‘요리하는 조선 사대부 서유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서유구 할아버지 직업이 요리사였어요, 아빠?”
“허허. 요리도 하셨고 요리책도 지으셨고 그러셨지.”
준이는 재미있다는 듯 또 옆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서유구 선생의 생명 밥상’이었다. 준이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재미있는 할아버지셨네. 그럼 서유구 할아버지 피를 물려받고 태어난 아빠는 왜 요리를 못해요?”
그러자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서 책을 빌려왔잖아. 이제부터라도 좀 배워보려고.”
그때 준이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새어나왔다.
“와, 할아버지 얼굴이 고구마 닮았다! 길쭉한 고구마처럼 생겼어. 그래서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나? 하하하. 재미있네.”
그래 준이야, 맞다. 맞는 말이다. 이 할아비는 젊어서부터 고구마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았다. 하지만 고구마를 우습게보면 안 된단다. 이 할아비가 일흔 살이 다 돼서 전라도 관찰사(觀察使, 지금의 도지사)로 부임했는데 그때 지독한 흉년이 찾아왔단다. 이 년 동안이나 내리 기근(흉년으로 양식이 없어 굶주림)이 들어 백성들은 풀뿌리나 나무껍데기를 먹고 겨우 목숨만 부지했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할아비는 일찍이 그런 꼴은 보지 못했거든. 보리밥이나마 먹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 백성들은 곡식이 없어 풀을 뜯어 죽을 끓이거나, 산에서 딴 열매로 허기를 달래는 정도였지. 우물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도 태반이었고.
이 할아비는 전라도 전체를 책임지는 관리로서 기근에 힘없이 쓰러지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단다. 텅 빈 고을 창고에 곡식을 채워 넣기 위해 노력했고,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단다. 이처럼 흉년을 이기기 위해 연구한 여러 방법 중에서도 이 할아비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대체작물이었지. 가문 날씨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이 할아비는 전라도 전체를 책임지는 관리로서 기근에 힘없이 쓰러지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단다. 텅 빈 고을 창고에 곡식을 채워 넣기 위해 노력했고,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단다. 이처럼 흉년을 이기기 위해 연구한 여러 방법 중에서도 이 할아비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대체작물이었지. 가문 날씨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그래서 이 할아비가 주목한 것이 바로 고구마였단다. 흉년으로 백성들이 버리고 간 황무지를 개간해 고구마를 심게 했지. 그리고 여러 가지 책을 보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어. 조선의 기후에 맞는 고구마 재배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지. 이 할아비는 즉시 전라도 전 지역에 고구마를 심도록 지시했단다. 흉년이 오더라도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을 대체 식물 고구마를 말이다.
요리하는 선비
“서유고 할아버지는 ‘종저보(種藷譜)’라는 책을 쓰셨는데 이게 바로 고구마 재배법과 요리법을 소개한 책이란다, 준이야.”
아버지는 드디어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준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준이도 지지 않고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맞받았다.
“그러니까 고구마 할아버지죠!”
“그럼, 너 고구마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아니? 학교에서 배웠을 텐데.”
아버지도 지지 않고 기세를 돋웠다. 그 바람에 준이가 한풀 꺾인 모습이 되어 머리를 긁적거리며 벙어리가 되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준이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을까. 그러나 아버지는 웃으면서 아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서기 1763년 영조대왕 39년이었지. 일본에 통신사(通信使, 조선 때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보내는 사신)로 간 조엄이라는 사람이 대마도(쓰시마 섬)에서 고구마를 얻어온 게 시초였어. 그때 사람들은 고구마를 감저(甘藷)라고 불렀다지. 달 감. 마 저. 즉, 단 마라는 뜻이야. 고구마가 마처럼 길쭉하게 생겼다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야.”
아버지의 설명에 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구마는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도 강해 구황작물(흉년이 든 때 재배하기 좋은 작물. 감자 메밀 등)로 알려져 있었지. 하지만 당시 조선에서는 생소한 작물이었대. 그래서 서유구 할아버지께서 ‘종저보’란 책을 펴내시고 고구마 재배법을 각 고을 수령들과 농민들에게 전하게 했다지. 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마가 널리 심어지게 됐단다.”
아버지가 설명하는 동안 준이는 책 한 권을 뒤적거리더니 와, 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빠, 이것 봐! 고구마 요리네. 서유구 할아버지께서 이런 요리도…….”
“할아버지께서는 고구마 재배법과 저장법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고구마를 활용하는 법도 소개하셨단다. 종저보란 책에 고구마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소개되고 있지. 예를 들면 고구마가루, 고구마단자, 고구마밥, 고구마술, 고구마장과 같은 음식들 말이야.”
“와, 이것 봐 아빠! 맛있겠다!”
그때 준이가 책을 펼쳐들고 큰소리로 말했다. 책에는 ‘고구마밥상’이란 제목 밑에 선명한 칼라 사진이 실려 있었다. 고구마를 큼직하게 쓸어 넣은 고구마밥과 고구마 잎으로 끓인 고구마잎국, 백김치, 두부구이 등이 한 상 차려져 있었다. 현대 요리 연구가가 서유구 할아버지의 ‘종저보’란 책에 소개되어 있는 조리법대로 재현해 만든 밥상이었다. 준이가 말했다.
“아빠, 고구마 잎도 먹어요? 고구마 줄기는 먹어봤지만 잎은 또 처음이네?”
“고구마 잎에는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항산화 물질, 식이섬유 등이 많이 들어 있단다. 이렇게 좋은 식재료를 알아보지 못하고 고구마 열매만 먹었으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안타까워 하셨을까.”
아버지가 말하는 사이 준이는 또 책장을 한 장 넘겨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 고구마 잎의 효능에 대해서 큰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볕에 말려 끓인 고구마잎국을 미역국 대신 먹으면 좋다. 특히 임산부들이 몸조리할 때 먹는다. 고구마 잎은 성질이 순하고 맛은 담백하다. 고구마 잎을 쪄서 밥을 싸 먹으면 맛이 곰취나물에 대적할 만하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책을 보고 있는 준이에게 아버지가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지은 책에는 이런 요리법이 자그마치 450여 가지나 된단다. 밥, 국, 국수, 고기, 생선, 채소 등 모든 요리법이 들어 있지. 그리고 200 가지가 넘는 전통주 제보법도 들어있고.”
아버지의 미소 짓는 얼굴을 바라보던 준이는 다시 한 번 감탄사를 토해 놓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재미있는 할아버지시다! 할아버지가 사시던 그 옛날로 돌아가 봤으면 좋겠네. 그럼 할아버지한테 맛난 요리도 얻어먹을 수 있을 텐데.”
아버지는 드디어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준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준이도 지지 않고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맞받았다.
“그러니까 고구마 할아버지죠!”
“그럼, 너 고구마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아니? 학교에서 배웠을 텐데.”
아버지도 지지 않고 기세를 돋웠다. 그 바람에 준이가 한풀 꺾인 모습이 되어 머리를 긁적거리며 벙어리가 되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준이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을까. 그러나 아버지는 웃으면서 아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서기 1763년 영조대왕 39년이었지. 일본에 통신사(通信使, 조선 때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보내는 사신)로 간 조엄이라는 사람이 대마도(쓰시마 섬)에서 고구마를 얻어온 게 시초였어. 그때 사람들은 고구마를 감저(甘藷)라고 불렀다지. 달 감. 마 저. 즉, 단 마라는 뜻이야. 고구마가 마처럼 길쭉하게 생겼다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야.”
아버지의 설명에 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구마는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도 강해 구황작물(흉년이 든 때 재배하기 좋은 작물. 감자 메밀 등)로 알려져 있었지. 하지만 당시 조선에서는 생소한 작물이었대. 그래서 서유구 할아버지께서 ‘종저보’란 책을 펴내시고 고구마 재배법을 각 고을 수령들과 농민들에게 전하게 했다지. 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마가 널리 심어지게 됐단다.”
아버지가 설명하는 동안 준이는 책 한 권을 뒤적거리더니 와, 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빠, 이것 봐! 고구마 요리네. 서유구 할아버지께서 이런 요리도…….”
“할아버지께서는 고구마 재배법과 저장법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고구마를 활용하는 법도 소개하셨단다. 종저보란 책에 고구마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소개되고 있지. 예를 들면 고구마가루, 고구마단자, 고구마밥, 고구마술, 고구마장과 같은 음식들 말이야.”
“와, 이것 봐 아빠! 맛있겠다!”
그때 준이가 책을 펼쳐들고 큰소리로 말했다. 책에는 ‘고구마밥상’이란 제목 밑에 선명한 칼라 사진이 실려 있었다. 고구마를 큼직하게 쓸어 넣은 고구마밥과 고구마 잎으로 끓인 고구마잎국, 백김치, 두부구이 등이 한 상 차려져 있었다. 현대 요리 연구가가 서유구 할아버지의 ‘종저보’란 책에 소개되어 있는 조리법대로 재현해 만든 밥상이었다. 준이가 말했다.
“아빠, 고구마 잎도 먹어요? 고구마 줄기는 먹어봤지만 잎은 또 처음이네?”
“고구마 잎에는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항산화 물질, 식이섬유 등이 많이 들어 있단다. 이렇게 좋은 식재료를 알아보지 못하고 고구마 열매만 먹었으니,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안타까워 하셨을까.”
아버지가 말하는 사이 준이는 또 책장을 한 장 넘겨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 고구마 잎의 효능에 대해서 큰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볕에 말려 끓인 고구마잎국을 미역국 대신 먹으면 좋다. 특히 임산부들이 몸조리할 때 먹는다. 고구마 잎은 성질이 순하고 맛은 담백하다. 고구마 잎을 쪄서 밥을 싸 먹으면 맛이 곰취나물에 대적할 만하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책을 보고 있는 준이에게 아버지가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지은 책에는 이런 요리법이 자그마치 450여 가지나 된단다. 밥, 국, 국수, 고기, 생선, 채소 등 모든 요리법이 들어 있지. 그리고 200 가지가 넘는 전통주 제보법도 들어있고.”
아버지의 미소 짓는 얼굴을 바라보던 준이는 다시 한 번 감탄사를 토해 놓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재미있는 할아버지시다! 할아버지가 사시던 그 옛날로 돌아가 봤으면 좋겠네. 그럼 할아버지한테 맛난 요리도 얻어먹을 수 있을 텐데.”
그래, 말이나마 고맙구나. 이 할아비가 궁금하지? 어떻게 살았는지? 이 할아비는 사실 요리하는 걸 즐겼단다. 한양을 떠나 시골에 살 때는 내 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늙으신 어머니를 위해 손수 반찬을 만들곤 했지. 아침저녁으로 밭에 나가 푸성귀를 뜯어 찬물에 씻고 보드랍게 데쳐서 밥상에 올렸단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내 손을 잡으시고 ‘귀한 아드님이 이처럼 고생을 하시는구려. 손이란 것이 먹을 것을 만들어내야지, 그렇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소. 거친 손이 정말 귀한 손이지요’ 하며 아들을 위로해 주시곤 하셨지.
그리고 요리책을 쓸 때는 직접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했단다. 책에 쓴 것과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지. 처음에는 불에 데기도 하고 칼에 베이기도 하면서 어머니한테 걱정을 끼치기도 했고. 어머니께서는 그때마다 ‘이 어미가 보기에 아드님의 재주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이 요리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아드님을 대제학(大提學, 조선시대 홍문관 예문관의 정2품 벼슬)으로 키운 줄 알았더니 요리사로 키웠군요.’ 하며 웃곤 하셨지.
그리고 요리책을 쓸 때는 직접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했단다. 책에 쓴 것과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것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지. 처음에는 불에 데기도 하고 칼에 베이기도 하면서 어머니한테 걱정을 끼치기도 했고. 어머니께서는 그때마다 ‘이 어미가 보기에 아드님의 재주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이 요리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아드님을 대제학(大提學, 조선시대 홍문관 예문관의 정2품 벼슬)으로 키운 줄 알았더니 요리사로 키웠군요.’ 하며 웃곤 하셨지.
백과사전을 쓰다
“아빠, 근데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가 뭐야? 서유구 할아버지가 지으신 책이라는데?”
준이는 책을 보다가 골똘한 표정이 되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느새 박사라도 된 듯 여유 만만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조금 전에 얘기한 요리책도 임원경제지란 책 속에 포함되어 있단다. 너 영국의 브리태니커 사전이나 프랑스의 백과전서 들어봤지? 할아버지의 임원경제지란 책도 그 비슷한 시기에 나온 조선의 백과사전이란다.”
“와, 서유구 할아버지가 백과사전을 쓰셨다고요?”
“그렇다는 구나. 임원(林園)이란 말이 농촌을 뜻하는 말이니까, 농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모아놓은 백과사전인 셈이지. 당시에는 대부분 백성들이 농촌에서 살았으니까 그런 제목을 붙였을 테고.”
“서유구 할아버지, 훌륭한 분이시네요,”
“이 책은 요즘 책으로 치면 52권 분량인데, 글자 수만 자그마치 250만 자에 이르는 방대한 량이란다. 영국의 브리태니커 사전이나 프랑스의 백과전서는 당시의 계몽 사상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지. 하지만 서유구 할아버지는 이 엄청난 책을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하셨단다.”
“우와! 맙소사!”
“이 책은 농업뿐만 아니라 건축, 의학, 과학, 수학, 천문학, 생물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모아놓은 책이지. 물론 아까 얘기한 요리에 관한 책도 포함되어 있고. 서유구 할아버지는 18년 동안 18번이나 이사를 다니면서 백성들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기록하셨단다.”
“믿기지가 않네요.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도 혼자서 이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분류하고 저장하기엔 힘들 텐데…… 어휴,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빠?”
준이는 책을 보다가 골똘한 표정이 되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느새 박사라도 된 듯 여유 만만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조금 전에 얘기한 요리책도 임원경제지란 책 속에 포함되어 있단다. 너 영국의 브리태니커 사전이나 프랑스의 백과전서 들어봤지? 할아버지의 임원경제지란 책도 그 비슷한 시기에 나온 조선의 백과사전이란다.”
“와, 서유구 할아버지가 백과사전을 쓰셨다고요?”
“그렇다는 구나. 임원(林園)이란 말이 농촌을 뜻하는 말이니까, 농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모아놓은 백과사전인 셈이지. 당시에는 대부분 백성들이 농촌에서 살았으니까 그런 제목을 붙였을 테고.”
“서유구 할아버지, 훌륭한 분이시네요,”
“이 책은 요즘 책으로 치면 52권 분량인데, 글자 수만 자그마치 250만 자에 이르는 방대한 량이란다. 영국의 브리태니커 사전이나 프랑스의 백과전서는 당시의 계몽 사상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지. 하지만 서유구 할아버지는 이 엄청난 책을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하셨단다.”
“우와! 맙소사!”
“이 책은 농업뿐만 아니라 건축, 의학, 과학, 수학, 천문학, 생물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모아놓은 책이지. 물론 아까 얘기한 요리에 관한 책도 포함되어 있고. 서유구 할아버지는 18년 동안 18번이나 이사를 다니면서 백성들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기록하셨단다.”
“믿기지가 않네요.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도 혼자서 이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분류하고 저장하기엔 힘들 텐데…… 어휴,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빠?”
“그 후 서유구 할아버지께서는 18년 동안이나 한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셨대.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도 하고 강가에서 고기를 잡기도 하셨지. 그래도 절망하지 않으시고 ‘임원경제지’란 대백과서전을 집필하셨잖아.”
아버지는 준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찬찬히 말했다. 그리고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또박또박 힘주어 덧붙였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서유구 할아버지한테는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다는 거지. 서우보(徐宇輔). 몸이 약한 아들이었지만 얼마나 착했든지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버지를 거들어 책을 만들곤 했대.”
준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와, 그럼 아빠와 아들이 함께 백과사전을 쓴 거네요?”
“그런 셈이지.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이냐 이 말이야!”
“그래서 나한테 하고픈 말이 뭐죠, 아빠?”
“하하하하. 이 녀석 눈치 하나는 빠르군.”
“착한 아들이 되어 달라, 이 말씀이죠? 다 알아요, 아빠.”
아버지는 준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찬찬히 말했다. 그리고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또박또박 힘주어 덧붙였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서유구 할아버지한테는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다는 거지. 서우보(徐宇輔). 몸이 약한 아들이었지만 얼마나 착했든지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버지를 거들어 책을 만들곤 했대.”
준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와, 그럼 아빠와 아들이 함께 백과사전을 쓴 거네요?”
“그런 셈이지.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이냐 이 말이야!”
“그래서 나한테 하고픈 말이 뭐죠, 아빠?”
“하하하하. 이 녀석 눈치 하나는 빠르군.”
“착한 아들이 되어 달라, 이 말씀이죠? 다 알아요, 아빠.”
사랑하는 아들, 서우보
“어머니, 벼슬살이 십 년 만에 직급은 겨우 한 등급 올랐지만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한가로이 지내는 덕분에 책을 지을 수가 있었으니까요, 어머니.”
어머니는 유수원이 보자기를 풀어 보여준 몇 권의 책을 품에 안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 책에 다 들어 있습니다, 어머니. 어떻게 하면 우리 조선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게 말입니다.”
그 무렵, 유수원은 귀가 더욱 멀어 가까이서 어머니가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귀에 자신의 입을 대고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슴에 응어리 진 것들이 좀 풀려나갔다면 좋은 일이지. 언젠가는 네 마음을 세상이 알아줄 날이 올 거야. 용기를 내거라.”
어머니는 유수원이 보자기를 풀어 보여준 몇 권의 책을 품에 안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 책에 다 들어 있습니다, 어머니. 어떻게 하면 우리 조선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게 말입니다.”
그 무렵, 유수원은 귀가 더욱 멀어 가까이서 어머니가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귀에 자신의 입을 대고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슴에 응어리 진 것들이 좀 풀려나갔다면 좋은 일이지. 언젠가는 네 마음을 세상이 알아줄 날이 올 거야. 용기를 내거라.”
맞다, 준이야. 이 할아비는 참으로 착한 아들을 뒀단다. 내가 벼슬을 그만 두고 한양을 떠난 뒤부터 우리 집은 죽도 먹기 힘들 정도로 가난해졌단다. 그래서 강가에 살 때는 아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아 끼니를 해결했지. 아들 우보는 몸이 약한데도 노를 저어 강으로 나가 그물을 던지곤 했단다. 그리고 밤에는 호롱불을 밝히고 아비의 집필을 도와주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눈병이 나도록 교정을 보곤 했지.
우리 부자는 농촌에 살 때는 농부에게, 산촌에 살 때는 나무꾼에게, 어촌에 살 때는 어부에게 모르는 것은 묻고, 의심나는 것은 의견을 나누고…… 또 인편을 통해 새로운 책을 구해다가 읽고 또 읽곤 했어. 우보는 아예 붓과 종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들은 것을 바로바로 기록했고. 그렇게 해서 우리 부자는 농사짓는 법, 가축 키우는 법, 고기 잡는 법 등을 책으로 옮겨 적었단다.
우보는 비오는 날도 도롱이(짚으로 엮은 예전의 비옷)를 입고 들로 나가 논밭을 갈고 나무를 해 가족을 봉양했지. 밤에는 이 할아비 책 쓰는 것을 도우며 틈틈이 과거 공부도 하곤 했단다. 참으로 착하고 가엾은 아들이었어.
그런 우보가…… 복을 타고나지 못했는지…… 오래 살지는 못했어. 내가 18년 동안의 유랑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와 벼슬길에 나섰을 때, 우보는 과거에 연거푸 떨어진 탓이었는지 힘도 없어 보이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서른 살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나흘간 혼수상태로 있다가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어. 우보는 12살부터 18년 동안, 인생의 가장 꽃다운 시절을 힘들게 살았던 거야. 떠돌이 생활과 힘든 노동으로 친구와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말이지.
이 할아비는 아들을 산에 묻고 돌아온 날 밤, 서가에 얹어둔 54권의 책(임원경제지)을 뽑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울부짖었단다. ‘네놈이 우리 우보를 죽였지? 네놈을 불쏘시개로나 써야겠다.’
우리 부자는 농촌에 살 때는 농부에게, 산촌에 살 때는 나무꾼에게, 어촌에 살 때는 어부에게 모르는 것은 묻고, 의심나는 것은 의견을 나누고…… 또 인편을 통해 새로운 책을 구해다가 읽고 또 읽곤 했어. 우보는 아예 붓과 종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들은 것을 바로바로 기록했고. 그렇게 해서 우리 부자는 농사짓는 법, 가축 키우는 법, 고기 잡는 법 등을 책으로 옮겨 적었단다.
우보는 비오는 날도 도롱이(짚으로 엮은 예전의 비옷)를 입고 들로 나가 논밭을 갈고 나무를 해 가족을 봉양했지. 밤에는 이 할아비 책 쓰는 것을 도우며 틈틈이 과거 공부도 하곤 했단다. 참으로 착하고 가엾은 아들이었어.
그런 우보가…… 복을 타고나지 못했는지…… 오래 살지는 못했어. 내가 18년 동안의 유랑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와 벼슬길에 나섰을 때, 우보는 과거에 연거푸 떨어진 탓이었는지 힘도 없어 보이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서른 살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나흘간 혼수상태로 있다가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어. 우보는 12살부터 18년 동안, 인생의 가장 꽃다운 시절을 힘들게 살았던 거야. 떠돌이 생활과 힘든 노동으로 친구와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말이지.
이 할아비는 아들을 산에 묻고 돌아온 날 밤, 서가에 얹어둔 54권의 책(임원경제지)을 뽑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울부짖었단다. ‘네놈이 우리 우보를 죽였지? 네놈을 불쏘시개로나 써야겠다.’
그러나 죽은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단다. 이 할아비는 아들 우보가 죽은 뒤로도 한참을 더 살다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세상과 하직했단다. 할아비는 죽어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 ‘내가 두고 가는 임원경제지는 언젠가는 꼭 쓰일 날이 올 것이야.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 후손들이 이를 발견하면 나라와 백성을 위해 크게 쓰일 날이 있을 것이야.’
“아휴, 서유구 할아버지 아들 서우보, 참 불쌍하게 사셨네. 고생만 하시다가…….”
책장을 덮는 준이의 눈가에 어느새 물기가 어렸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땠겠니?”
아버지가 준이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늘 아빠 덕분에 우리 달성 서 씨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게 됐네요. 저도 아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살아갈게요.”
“대견스럽구나. 이런 훌륭한 조상님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니겠니? 우리도 서유구 할아버지처럼 부자유친하며 살자꾸나.”
“고마워요, 아빠. 덕분에 오늘 고구마 할아버지, 서유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네요.”
“그래, 나도 고맙구나. 잘 들어주어서. 사랑하는 내 아들…….”
책장을 덮는 준이의 눈가에 어느새 물기가 어렸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땠겠니?”
아버지가 준이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늘 아빠 덕분에 우리 달성 서 씨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게 됐네요. 저도 아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살아갈게요.”
“대견스럽구나. 이런 훌륭한 조상님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니겠니? 우리도 서유구 할아버지처럼 부자유친하며 살자꾸나.”
“고마워요, 아빠. 덕분에 오늘 고구마 할아버지, 서유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네요.”
“그래, 나도 고맙구나. 잘 들어주어서. 사랑하는 내 아들…….”
스토리원고 | | | 채종인 작가 |
연구원고 | | | 심희곤(고려대) |
일러스트 | | | 컬처랩 |
참고문헌
『고구마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다』심희곤. 2020.10.
『조선 셰프 서유구』 곽미경. 씨앗을 뿌리는 사람.
『고구마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다』심희곤. 2020.10.
『조선 셰프 서유구』 곽미경. 씨앗을 뿌리는 사람.